호구의 영어 경험 썰
영어는 외국어니까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합니다. 노력과 공부라는 것을 통해서 서서히 알아듣게 되는 거죠. 어렵다 해서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하지만 오랫동안 듣기가 어렵다면 있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는 것만으로 영어듣기 문제가 갑자기 해결될 거라 말씀드립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영어 시험을 다 합쳐도 20개 이상 틀린 적이 없는 영어 수재였습니다. 다른 과목은 물으시면 노코멘트! 영어와 체육만 잘했습니다. ㅎㅎㅎ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영어, 체육만 잘 했으니 좋은 대학은 알아서 걸렀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식하냐면, 수강신청서에 미인회화가 있어 덜컥 신청했습니다. 첫 수업에 미인이 없어 놀랬고,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 미국인 할아버지가 강의실에 들어와 다시 놀랐습니다. 혼자 왜 미인이 없는지 고민하면서, 그간의 영어 실력이 뽀록(?)이었음을 깨닫는 화려한 학기였습니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AFKN이 나오는 친구 집에 몰려가 만화를 보느라 몇 시간씩 재미있게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게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이었는데, 그림만 봐도 이해가 되니 거부감 없이, 화면만 봐도 대강 무슨 뜻인지 알았기 때문에 모두들 재미있게 봤습니다.
들으려 노력도 안했기 때문인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듣기 문제?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듣기 시험을 통해 LC문제를 접하게 됐고, 첫 시험 90점이 넘어 자신감이 충만해집니다. 그렇게 6년이 흐르고 대학 강의실에 앉은 저는 원어민 할아버지의 말을 5% 정도 이해하며 앉아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그동안의 노오력은 무엇으로 보상받는다는 말입니까?
이상한 LC 수업
제가 대학생 때, 어떻게 해야 영어듣기가 잘 되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계속 듣기만 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잘 때까지 영어 듣기를 6개월이 넘게 해 본 적도 있습니다.
LC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수년 동안 전수받은 내용은, 문제에서 who를 만나면 사람을 듣고, when을 만나면 시간이나 시기를 신경 써서 들으라는 말이었습니다. 들어서 이해가 어려운데 who를 봤다고 음원에서 사람이 구별되나요? When 보면 시간이 구별됩니까? 불가능한 말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실력으로 어떻게 골라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몇십 년을 그런 줄 알고 살았고, 한동안 이 내용대로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이 철수라는 사람 이름을 모르는데 who를 들었다고 해서 철수를 골라낼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이 이렇게 가르치거든요. 결론을 정해 놓고 가르치는 것이죠. 선생님들은 문제와 스크립트를 벌써 봤고, 가르치기 위해 음원을 들어 본 상태니 이런 가르침이 가능합니다.
영어듣기 비결
저는 영어 강사입니다. 듣기 수업을 하다 보면 LC문제 너무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왜 힘들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영어듣기를 못하는 이유
첫째, 처음부터 발음을 이상하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둘째, 처음 부터 독해를 이상하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셋째, 머릿속에 그 말이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자세히 보면, 영어듣기가 어려운 첫째 이유는 우리가 발음을 너무 대충 합니다. 뜬금없게 들릴 수 있지만, 한글의 우수성, 한국어의 외국어 수용성이 문제입니다. 한글은 세상 대부분의 언어를 글자로 받아 적을 수 있고, 한국어는 외국어 발음을 쉽게 흉내 냅니다. 그런데 이게 정확한 건 아닌데 많이 비슷합니다. 그러다 보니, 발음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집니다.
외국어 발음, 특히 영어발음 너무 대충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둘째, 독해는 쪼개서(한국 독해 수업의 문장 분석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문장 대 문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시고 넘어갈게요.
셋째, 이게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대충 공부합니다. 독해를 예로 들면, 만약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독해한 문장을 전부 외우게 만들고, 수 만 문장을 다 기억하게 만든다면 우리나라 영어 교육 이렇게 까지 사교육비를 쏟아부을 필요가 없습니다. 수만 문장이 머리에 저장되어 있다면, 원어민 뺨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한 번 해석한 문장은 글은 다시 볼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열 번, 백 번 봐야 할 영어 문장을 딱 한두 번 보고 끝내는 식의 영어공부는 영어듣기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LC문제를 풀고 나선 대본 한두 번 보고는 다시 보질 않습니다. 그러니 머리에 영어 문장이 남을 틈이 없습니다.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Thank you처럼 우직하게 반복해서, 외국어란 느낌도 없이 듣고 말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무슨 뜻인지 독해만 되면 그 문장은 학습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상한 영어 교육이 문제입니다. 수만 문장을 배웠지만,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문장은 5천만 대한민국이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를 포함한 100 문장도 채 되질 않습니다. 물론 더 하실 수 있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정리합니다. 여러분의 영어듣기 실력도 보유하고 계신 영어 문장량에 달렸습니다.
원어민 발음으로 기억하고 있는 영어 문장수를 늘리십시오, 그러면 LC문제는 누워서 떡먹기 같이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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