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각

소나타 vs. 아반떼, 운전 vs. 영어

노롱뇽 2015. 10. 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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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운전해 본차는 엘란트라라는 고성능 자동차 입니다. ㅎㅎㅎ

색도 딱, 사진 속의 색이였구요.




신문 속 카피가 보이시나요? '고성능'

암튼 이 녀석이 저를 유혹하는 바람에 제가 '무면허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잠드신 늦은 밤...

한적한 집 앞 도로, 당시엔 이 도로에 차가 한 두 대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 댁에 가면 수백대가 촘촘이 주차되어 있어서 길도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그땐 축구를 해도 무리 없을 만큼 넓직했었죠.

이게 자신감을 줬는지,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아버지 차키를 몰래 들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습니다.


뉴스감이죠...


 무면허의 십대가 서울 도심을 질주하여 ...


첫 운전이니 마음이 얼마나 두근 거리든지, 

이 거 해보려고 매일같이, 

버스에 빈자리가 넘쳐나도 운전기사 아저시 바로 뒤에서 바짝 붙어 운전하는 손과 발을 지켜보길 수 개월...


어느덧, 운전의 기술을 어께 너머로 배워서는 첫 실습...


고성능이라 시동이 잘 걸리더군요...

잘 달리다가 ...(중략)...

이제 주차를 하려고 다시 집 앞 길을 달려 오는데 그만 커브길에 세워져 있던 동네 차 하나를 앞범퍼로 사알짝 긁고 말았습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 돌아온다고 했던가요?


한 밤중에(당시 11시를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 이땐 가로등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차 범퍼를 몇 분동안이나 과학적(?)으로 살폈습니다.

도저히 해결이 안될 것 같아 주무시는 어머님 앞에 무릎을 꿇고 어머님을 깨웠더랬습니다...

아버지를 깨우면 맞아 죽을것 같아서...


'엄마, 나 사고 쳤다...'

(이 대사는 결혼 앞둔 인간이 한 대사가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전 아직 여자를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일단 맞고, 

어머니가 옷을 챙겨 입으시고는 제 손을 붙들고 차를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가서 보시더니, 

'가서 자라.' 

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저를 들여 보내시더군요...

여전사 같으셨어요...


사실 저는 심난하기도 하고, 잘 수 없어서 베란다로 나가 저멀리 차 앞에 계시는 어머님을 지켜보았습니다. 

수세미로 열심히 흔적을 지우고 계시더군요...


차가 흔하지 않은 시절이라, 수리비가 만만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아들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는

엘란트라의 흔적도 깨끗이 지우시고, 

뉴스 거리(살인 사건...?) 하나를 깨끗이 없애 버리시고는...


무면허 운전을 한 십대 아들을 훈계하기위해 한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두대가 아니었던가 봅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아무튼 뉴스 막고, 한 시간 만에 어머니가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명령대로 자는 척 하고 있었는데, 죄송해서 나가 볼지도 못했습니다.


그 후로 운전대는 '무서워서' 잡지 않았습니다....


운전이요? 

아니 아버지가 무서워서...


지금은?



엘레강스한 필링 타고 다닙니다. (사진 속 소나타는 제차는 아닙니다) 99년식이라 웬만한 아이돌 보다 나이 많습니다. 

운전? 아무런 근심도 없고, 걱정없이 쌩쌩 잘 합니다.

아버지가, '우리 아들 운전 잘 해.'라고 말씀해주신 실력입니다...!

아버지의 칭찬에 기분이 아주 좋아지더 군요(자라면서 칭찬 받은 일이 거어이 업서서)


운전병으로 군대에서도 계속 운전을 했고, 제가 대한민국 모두가 가지고 있는 녹색면허를 갖게 된지도 어언...

까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운전도 이상하게 가르치는 것 아십니까?

때는 군복무 시절, 102보충>3사단 신교대(빼!꼴! 474기 일껄요, 기억 가물...)>야수교로 가게 되었는데


저 야수교(야전수송교육대)란 동네엔,


이런 어마무시한 놈들(두돈반 = 2.5 ton트럭)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운전교육을 받는 동안 제가 들었던 내용은 

'여기 휀다에 줄, 보이나 그 선과 바닥의 선을 일치 시킨다음...'

어쩌구 저쩌구, 암기 운전 교육이었습니다...


운전을 암기로 한다니 차암...


'어께 선 일치!' 복창한다 '어께 선 일치!'

'도로에선 차도 중앙과 네 몸 중앙을 일치시켜!'


참, 자꾸 물어보니 안 외울 수도 없고...


영어가 딱 이런 모양입니다.

시험에 나오니 안가르칠 수도 없고, 외워야 문제를 풀수 있으니 매일 암기만 시킵니다. to부정사, 동명사, 시제, 가정법, 화법 전환, 관계사, 이런 거 이름만 들어도 싫지 않습니까?

전국에 중고에서, 전국에 초중고 보습학원, 어학원에서 짠듯이 이것을 몇 번씩 과정을 반복하며,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중에 몇이나 영어를 언어답게 쓰게 될까요?


열심히 운전교육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아, 탄약 수송 작전에 참여 했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모든 운전병들은 '야수교'에서 배운 운전 암기 사항을 다 숙지하고, 실전에 적용까지 해서 '완벽'한 상태였죠.


대대급 작전이었기 때문에 영외 부대였던 제가 소속한 중대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 날 처참한 일이 벌어집니다. 작전은 일반 도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타 중대 운전병이 '암기 사항'을 잊었던지, '졸았던지'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정면 충돌은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구요. 그대로 밟고 지나갔습니다.





암기만 하면 외우지 않은 상황에대한 대응력은 제로입니다. 

학원에서도 학생들 가르치다보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후 이런 소리를 매번 합니다. 


'선생님이 안 가르쳐줘서 틀렸다'


아이들을 보면

집어 넣어주지 않으면 모르니,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DB)'같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다른 점은 매일 DB에 같은 내용을 넣어줘도 자동으로 삭제되는 flash memory, ram같은 녀석들입니다.


한국교육에서

응용이라는 것을 반복된 암기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갑니다. 특히 영어는 암기 사항이 많아 심하죠.

암기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이것을 응용하지 않기 때문에 암기가 나빠진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영어 공부는 암기로 끝이 납니까 응용 및 실습까지 이어지십니까?


머리로 하는 영어는 여러분의 입을 열지 못합니다. 귀를 열지 못합니다.

오늘부터 입을 여세여, 반복적으로 영어를 말해보세요

아이가 '엄마' 및 모든 말을 할 땐 이전에 약 1600회의 연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옹알이'


마지막으로

제가 사고 싶은 차는

신형 아반떼 입니다.

사는 방법 암기하면 누가 공짜로 주나요~!



예쁘다...

아들래미가 차 탈때마다 노래를 하네요.


'아빠, 차 안 바꿔?'


머리 속에 메마리 치지만, 은행 빚좀 어떻게 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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