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경청과 수용은 필수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가정이다. 그러나 가정마저 수직적 문화로 팽배했던 90년대 초반까지는 경청과 수용을 가르치기 어렵거나 시기상조 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경청과 수용이 가르쳐져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1. 민중 총궐기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 되는 것 같아서 참 아쉬움이 많지만, 설명을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측과 민중으로 분리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 두집단이 절대로 기득권은 포기할 생각(다른 말로 수용)은 없는 채로 대치했다는 점이다.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집단의 만남은 줄다리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집회가 끝나고도 마치 부부싸움을 한 후 냉전시기를 겪는 부부와 같이 서로에 대한 잘잘못만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없는 정당방위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민중 총궐기의 문제는 경청과 소통, 수용이 전혀 없었던 불통의 대축제였다는 것이다.


2. 수직적 가정의 비애

 불통의 대축제를 보며 한탄하며, 도대체 대한 민국의 경청과 수용은 어디갔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도대체 이것을 어디서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오직 하나, 경청과 수용은 가정에서 가르쳐져야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절대 무리이고, 아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익힌 것은 숨기고, 선생님들의 요구에 경청과 수용을 하는 흉내만 낼 확률이 높다.


아이들의 경청과 수용은 반드시 부모의 경청과 수용에서 배우게 되어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수직적 가정 문화에서 자랐다. 절대로 아버지께는 말대꾸할 수 없었고,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그치만' 이란 말까지만 할 수 있었고, 의견 피력은 '절대불가'였다. 만약 말로든 행동으로든 내 의견이 표현되면 '싸가지'로 시작되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제는 내가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초기(5세무렵?)엔 아이들에게 버릇 없는 아이가 되면 안 된다는 나만의 신조로 아이들에게 내 아버지(아이들에겐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 대응하곤 했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자기들끼리 잘 놀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뭐가 잘 못된 것 없나 살피는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랑하는 부모자식 관계에서 눈치를 본다는 것은 분명 중2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명약관화이다.


2015/10/13 - [교육생각] - 중2병(사춘기)를 피하는 방법 - 좋은 여행 가이드가 되길!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아가들이 날 멀리하는 것에 서운함 + 아이들과 가까와 지고 싶은 열망에...


3. '경청 후 구나'화법의 마력

대부분의 부모는 직장에서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고 돌아와 가정에선 쉬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린 자녀들은 아직도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지친 부모에게 달려들어 놀아달라고 아우성일때가 많다. 그럼 놀아줘야 하는데, 지친 몸과 맘으로는 아이들에게

'하지마!'가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내도 그렇게 반응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점차 아이들끼리의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불통이 점차 시작되는 것이었다. 


지친 나머지, 울면 '울지마!'

짜증내면, '짜증내지 말랬지!'

너무 신나하는 아이들을 향해, '좀, 가만히 있으면 안돼?!', '아, 이제 그만...!'

...

...

...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우는데, 안아주면서, '왜 울어?" 라고 물었다.

처음엔 말을 안하던 녀석이, '많이 속상했구나?' - 구나 화법

했더니, 속에 있는 것을 술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다시 소통이 어렵사리 시작되었다.


4. 수직적 문화의 폐해

직장에서도 내 의견 발표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잘 안되는 것에 대해 내 의견을 제시하면 '안티 성향'을 버리라는 핀잔이 돌아오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일제시대(완전 수직구조), 군부 독재(더 심하면 심했지 만만하지 않았던 수직구조)를 통과하며, 사회 전반이 수직구조에 적응된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는 이 불통의 수직구조는 사라져야 대한민국의 재 도약이 가능하다 믿는 나 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불통의 정부나 국회의원들이나, 성난 민중이나 둘다 수직구조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둘다 피해자요, 둘다 불쌍한 입장에 처할수 밖에 없다. 토론이 안되는 문화, 회의 장에서 격론은 오갈수 있으나, 아얘들을 생각이 없이 내 이익만 위해 소리가 더 크면 이긴다는 식의 '갑'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미친 경쟁이 오늘의 대한 민국을 만들어 낸것이다. 


이번 민중 총궐기에서도, 정부와 민중은 서로 '갑'이 되기위해 서로 죽자고 달려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둘다에게 필요한 것은 '귀'였다. 경찰이라는 장벽을 중심으로 높으신 분들은 건너와서 들을 생각이 없고, 민중들은 한사코 넘어가서 이야기 해보겠다고 들을 생각이 없었다. - 뭐 그동안 너무 많이 속았던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대로는 절대로 희망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5. 대한민국의 소통을 위해

위에서도 언급한 어두운 역사들로 인해 한국민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 밟고 올라 서야 행복하다는, 수직구조에서 상위에 올라서야 편하고 좋다는 망상에 사로 잡혀 살아왔다. -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사실로 인정된다.

그러나 각자 개인플레이를 하려고 이 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전 세계에 갈등과 편가르기가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동단결'이 잘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대한민국보다는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소통회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당장의 투쟁이나 시위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이 글의 주제인 '가정교육'으로 돌아간다면 가정에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권위를 내려놓고 '수평구조'속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구나 화법'으로 동감을 표현해주고, 아이와 공감해줄때, 발생할 때, 진정한 경청, 소통, 수용의 문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6. 다시 민중 총궐기로

현재 민중 총궐기는 서로에 대한 잘못 가리기로 2차전을 치르는 듯 하다. 역시 서로는 서로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전혀 없다. 정부측의 의견이 아무리 옳다해도, 상대가 상처입고, 힘들어 한다면 반드시 들어야 할 것이고, 민중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이 아무리 옳아도, 정부의 입장을 고민해보고 움직일 수있는 둘다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어쨌든 내 결론은 '가정교육'이지만, 대한 민국이라는 정부와 민중에게도 가정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마치 유치원 아이들이 주먹다짐을하고, 선생님 앞에서 끝까지 난 잘못이 없고, 저아이가 잘못했다라고 아귀다툼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7. 결론

오늘부터 '구나 화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멋진 부모의 모습으로 자녀들의 행복한 인생 여행 가이드가 되시는 여러분들 되시기 바랍니다. 잘 들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더라구요. 


대한 민국의 경청, 소통, 수용의 문화가 가득하여 '대동단결'하는 힘있는 나라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 봅니다.


한 쪽 편에 치우쳐 비판글을 다셔도 좋으나 비판 글과 함께 제 의견이 어떤지도 반드시 함께 써주시기 바랍니다.

  1. peterjun 2015.11.17 18:48 신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수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어요.
    전 단 한마디만 잘못해도 회초리로 맞곤 했죠. 지금도 아버지앞에 있으면 말이 안나옵니다.
    요새 아버지는 늘 그러세요... 큰아들은 말이 너무 없다고, 왜 아버지한테 말을 잘 안하냐고... ㅋ
    언젠가 이야기했지요. 말한마디만 해도 대든다고 뭐라 하셔놓고 이제와서 그러시냐구요. ... 저에겐 동생이 많은데, 20살도 넘게 차이나는 어린 녀석들도 있지요.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이 변하셨어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
    그래도 저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네요....

    소통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잘 뭉쳐져야 가정도 잘 돌아가고, 사회도 잘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서로 다름을 포용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뒤집개 Spatula 2015.11.17 19:27 신고

      분위기 너무 잘 알겠습니다. 저도 아버지 무서워서 아직도 벌벌떱니다. 겁없는 손자들이 달려들 때는 가슴이 철렁한데, 그냥 허허 웃으시더군요... 매일 간떨어지는 일의 연속입니다. 어찌나 손주 녀석들이 겁이 없는지... ㅎㅎㅎ

  2. Paul.C 2015.11.17 21:43 신고

    글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스치는 장면이 있네요.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특별히 한국기자에게만 질문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질문을 하지 못했었죠. 그 때 중국인 기자가 일어나서 질문을 하지만 오바마가 한국인에게 기회를 주겠다 라고 이야기 했던 장면이요.

    말씀하신 것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 생각되네요. 그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쉽게할 수 있는 장년층에 눌려서 지내는 세대들은 또다시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뭔가 달라져야 될텐데..지난 역사를 봐도 현재와 비교해 보면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답답하네요.

    • 뒤집개 Spatula 2015.11.18 13:35 신고

      바뀔거에요!
      꼭 바뀔거에요!
      한국이 아름 답게 바뀔거에요!

  3. 에디모라 2015.11.17 22:11 신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내 모습에 환경탓보다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 뒤집개 Spatula 2015.11.18 02:48 신고

      가정교육이 이 나라를 바꿔 놓을 수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링~!

  4. 그별 2015.11.18 00:31 신고

    늘 생각하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쨌거나 좋은 표현 하나 얻고, 실천하기 위해 몇 번 되뇌며 갑니다.
    "구나 화법" ^^

    사실 저도 너무 엄격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ㅠ.ㅠ
    그런데, 지금 제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 좋으시다는... ^^
    세월이 변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또한 여유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도...
    뭐~ 예전 아버지의 모습은 거의 같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걸 두고 그땐 그랬다고 하죠? ^^

    • 뒤집개 Spatula 2015.11.18 02:48 신고

      그랬구나, 속상했구나, 기뻤겠구나~!
      구나를 사랑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별님~!

  5. Bliss :) 2015.11.23 04:04 신고

    저두 엄하게 자랐고 딸 하나 키운지라 무례하게 키우기 싫다는 내 욕심에 딸에게 무척 엄한 편이네요ㅠ 경청 후 구나 화법 좋으네요. 인지하면서 조금씩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글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뒤집개 Spatula 2015.11.23 07:15 신고

      저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부모 보다 투어 가이드로 살고 싶네요.
      저도 처음온 인생여행, 자녀들도 처음온 인생 여행...
      동반자죠뭐~